김상철 변호사(대법원 상고심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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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지 법리인지
원심판결 중 상고 대상이 사실인지 법리인지 아니면 양자 모두인지 등 원심법원이 무엇을 잘못 판단한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그다음 관련 규정 및 법리, 판례, 문헌 등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설령 상고심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미리 변호사의 법률적 검토를 받아본 이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상고 범위 특정
상고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원심판결에 대하여 전부 불복인지 아니면 일부 불복인지 등 상고의 범위를 반드시 특정해야 할 것이다.

상고이유서 작성 목적
상고이유서 작성 목적은 대법관에게 '사건의 개요 및 쟁점'과 '상고이유'라는 두 가지 정보 전달이다.
전자에 중점을 두어 '사건 개요나 사실관계'에만 집중하거나 후자의 '상고이유'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양자의 균형이 잡힌 상고이유서는 좋은 상고이유서다.
나.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기 전에 명심할 것
첫째
상고이유서는 원고나 피고를 설득시키기 위한 서면이 아니라 대법관을 설득시키기 위한 서면이다.
원고나 피고가 아닌 대법관을 겨냥하여 글을 써야 한다. 결국 대법관 입장에서 법적 사고를 하고 그 사고를 글로 표현해야 한다.

둘째
상고심은 오직 문서로 말해야 한다.
단어나 문장 하나에 결론이 바뀔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글쓰기를 해야 한다.
그 요체는 간결하고 명쾌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셋째
상고이유서도 (작성하는) 사람과 (판단하는) 사람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도구이다.
어떻게 작성해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이 잘 전달될까에 주안점을 두고 작성해야 한다.
결국 나와 대법관 사이에 말이 아닌 서면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까를 생각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대면 대화가 아닌 비대면 대화가 바로 상고이유서다.
다. 상고이유서 작성법
작성자 관점이 아닌 판단자 입장(=대법관)에서 작성해야 한다.
1) 판단자 기준으로 목차 붙이기
대법관 입장에서 상고이유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목차를 기재해야 한다.
그 내용을 대강 알려면 목차만 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상고이유가 둘 이상이면 반드시 둘 이상의 목차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대법관은 목차를 보고 판단 대상을 찾기 때문이다.
때로는 큰제목과 소제목을 적절히 사용하되 그렇다고 목차를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 큰제목과 소제목
대법관이 상고이유서를 읽을 때에 큰제목이나 소제목만을 보고 그 내용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
목차를 찬찬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판단의 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목의 구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큰제목의 논점과 무관한 것을 소제목에 기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호 관련성이 없다면 소제목이 아닌 별도의 큰제목을 달고 큰제목 논점과 무관한 내용을 소제목에서 설명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어떤 소제목 논점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다른 소제목으로 바꿔가며 이중 설명해서는 안 된다. 결국, 큰제목 안에 두 가지 논점 이상이 있는 경우에만 소제목을 달아 논증해야 한다.

3) 의견과 근거
상고이유도 하나의 의견이므로 반드시 상고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근거에는 판례, 문헌, 외국법 등 여러 자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심과 항소심에서 제출된 증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거는 어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판례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추상적인 판시 내용만 그대로 인용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의 사안은 무엇이었고, 그 원심은 어떠한 판단을 했는지, 대법원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 사안과 이 사건 사안과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등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4) 강약 조절
상고이유서를 작성할 때는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마치 노래 경연 대회와 유사하다.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마다 다른 평가가 매겨진다.
문서 작성도 노래를 부른 것처럼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 강약 조절이 없는 글은 강약 없는 노래처럼 지루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강약 조절의 첫 출발점은 긴 글을 지양하는 것이다. 장문의 글일수록 유독 더 지루하고 10초 이상 읽기가 어렵다. 자세히 설명하고 강조하려 긴 글을 썼다가는 오히려 그 대목이 건너띄기 쉬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단문, 중문(복문), 장문 중에서 단문만 쓰라는 것이 아니다. 단문만 쓰는 것은 밋밋할 뿐 아니라 사람이 아닌 기계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생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단문과 중문(복문)을 적절히 안배해서 간결하고 명쾌하게 쓰라는 취지이다.

예컨대, "원고는 2021. 1. 2. 오후 6시 40분쯤에 피고를 원고의 집 근처에 있는 중개사무실에서 중개업자와 같이 만났으며 책상에 앉아서 차분히 피고에게 위반건축물이라는 사실을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피고는 크게 화를 내면서 매수하지 않겠다고 말하였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원고가 위반건축물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한 거짓말입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나 형용사, 부사 등 군더더기가 많고, 너무 길고 장황하다.
이런 표현보다는 "원고는 2021. 1. 2.경 피고를 중개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그때 위반건축물임을 알려주자 피고는 화를 내면서 매수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그 자리에는 중개업자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피고를 기망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표현이 훨씬 간결하고 명쾌하다. 이같이 길고 많이 쓰려는 아마추어와 삭제하려는 프로는 강약 조절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며 이는 간단명료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법률용어를 구사해야 한다(= 정확성).
사실관계에 대하여 정확한 법률용어를 쓰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임과 동시에 실력이다.
예컨대,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사실을 밝혀야 된다. 그런데 상대방의 잘못을 '채무불이행'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지 않고 '불법'을 저질렀으므로 계약을 해제한다고 기재한 경우이다. 애석하게도 이를 위해서는 법률지식이 필요하고 어쩔 수 없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변호사를 선임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의 법적 검토를 받아보려는 적극적·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충치를 발견하고도 조기에 치료하지 않다가 급기야 이빨까지 빼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설령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미리 1심과 항소심의 소송기록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분명히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논리적 모순을 경계해야 한다(= 논리성)
상고이유서의 큰제목 내지 소제목끼리 또는 본문 상호 간에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서는 안 된다.
일반인이 직접 작성한 상고이유서를 가지고 본 변호사에게 정정·수정 등 법적 검토를 요구했을 때 흔히 발견되는 오류 중 하나가 자기모순이다. 법리적·사실적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이다. 예컨대, '상대방과 싸우면서 저는 맞기만 했습니다'라고 기재한 경우이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때려 저는 맞기만 했습니다'라고 써야 할 것이다.

애매모호한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정확성).
예컨대, '피고가 욕설을 한 것 같습니다' 등과 같이 알쏭달쏭하게 기재해서는 안 된다.
그 행위를 했다면 '피고가 욕설을 했습니다'라고 기재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작성해야 한다
예컨대, '원고와 피고는 동업하여 중국집을 운영했습니다. 동 사업에 있어서 수익은 절반씩 가져갔습니다'라는 문장보다 '원고와 피고는 중국집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이로 인한 수익은 절반씩 분배했습니다'라는 문장이 훨씬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판단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추상적 개념보다 구체적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예컨대, '소규모 토목 공사'보다는 '마을 하천 보수 공사'라는 표현으로, '폭행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라고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의미가 분명해서 대법관이 이해하기 쉽다. 대법관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작성하려면 일반인 입장에서도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작성해야 한다. 결국 당신의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이 그 내용을 이해하면 훌륭한 서면이다. 따라서 상고이유서를 작성했다면 아들이나 딸, 친구 등 보통 사람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보면 좋다. 그 사람들이 이해하면 훌륭한 상고이유서다.

불필요한 어휘를 빼고 간결하게 작성해야 한다(= 간결성 및 경제성).
예컨대, '중개업자가 임차인에게 현장 안내를 통하여 임차인이 집 내부를 둘러보았고, 곰팡이가 있다는 것을 임차인에게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라는 문장보다는 '중개업자가 현장 안내를 했고, 이때 곰팡이가 낀 것을 임차인에게 설명했습니다'라고 핵심 단어로 짧게 끊어서 기재하는 것이 대법관이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불필요한 단어의 반복은 피해야 한다. 동어반복은 하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핵심 내용을 압축해서 기재하고 완벽성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결국 문장은 될 수 있으면 짧게 쓰는 것이 좋다.

한자어나 외국어보다 쉬운 표현을 사용(=용이성)
예컨대, '원고는 인건비 감축을 위하여 새로운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원고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했습니다'라는 표현이 훨씬 좋다.

컴퓨터로 작성해야 한다.
자필이 아닌 컴퓨터로 작성하고, 글자 크기, 줄 간격, 띄어쓰기, 들여쓰기 등 어떻게 하면 가독성이 좋은 서면을 작성할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굵게 하기나 크게 하기, 밑줄 긋기, 색깔 글씨, 각주 등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이 역시 지나치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심에 맞게 작성하는 능력이다(= 상고이유서 작성 능력)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은 글쓰기를 잘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제1심과 항소심의 사실심과 달리 법률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률심에 맞게 서면을 작성하는 것이다. 본 변호사가 쓰는 단어로 '상고이유서 작성 능력'이다. 구체적으로 사실심과 달리 판례뿐만 아니라 관련 논문도 언급하거나 깊이 다룰 필요성이 있다. 또한 판례란 불변의 진리가 아니므로 기존 판례에 대한 맹목적 수용이 아닌 비판적 사고능력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기존 판례 변경을 역설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강력히 요청된다. 판례가 없는 사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밖에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먼저 1심과 항소심의 기록을 읽고 상고이유를 찾는 능력, 즉 상고사건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그다음에 관련 법령과 판례, 논문 등 각종 자료를 찾고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송기록과 각종 자료를 읽고 이해해서 상고이유서에 압축적으로 기재하는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상고이유서에 맞게 목차를 구성하는 능력, 목차를 기준으로 본문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는 능력,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상고심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하는 능력, 이를 다시 상고심에 맞게 퇴고하는 능력 등등이 요청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기록을 성실히 검토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가 여부이다. 기록을 한 번 읽어본 사람보다 열 번 읽은 사람이, 열 번 고민한 사람보다 백 번 고민한 사람이 훨씬 훌륭한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기 마련이다. 변호사는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의뢰인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모로 '상고이유서 작성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심급이 상고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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